언론이 주목한 법무법인 더보상의
소식들을 전합니다
[매일안전신문] 과로 산재 사건을 수임해서 진행하다 보면, 사업장 측에서 으레 하는 말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해당 업계에서 매일같이 많은 근로자가 장시간 고되게 일한다는 사실은 그들과 똑같이 과로하다 쓰러진 근로자의 사망이 산재가 아님을 설명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2025년 7월 ‘오픈런’ 열풍을 일으킨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가 과로로 숨졌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숨진 직원 외에도 6명의 근로자가 주 70시간 넘는 초과근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로는 없었다”던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결국 근로감독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숨진 20대 청년은 언젠가는 요식업계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도한 업무에 몸이 힘들어도 배워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버텨오다 끝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그와 같이 일했던 동료 근로자들 역시 장시간 고강도 업무를 수행했기에 그는 힘들어도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남들도 다 하니까, 젊어서는 사서 고생도 하니까 자신이 몸이 못 버틸 정도로 과로하고 있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에서는 아직도 ‘과로하면 근면성실한 것’으로 칭송한다. 그래서 본인이 지금 과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과로로 뇌심혈관계 질병을 얻은 재해자들은 자신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하게 과로하였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 현황에 따르면, 뇌심혈관계질병의 산재 신청 건수(판정 건수)는 2022년 1951건, 2023년 2117건, 2024년 2185건으로 점점 느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과로로 병을 얻거나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몰라서 산재 신청을 못 하는 경우도 정말 많을 것이다.과로사는 단순히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실적 압박, 고용 불안정, 직장 내 괴롭힘, 잦은 출장, 고소음 작업환경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발한다. 과로사의 발생 원인이 다층적인 만큼, 딱 무 자르듯 과로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작업현장에서의 추락사, 교통사고와 같은 업무상 사고는 당연한 산재라 생각하지만, 과로는 당연히 산재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우리는 자는 시간 빼놓고는 거의 대부분을 일하는 데에 시간을 쓴다. 말 그대로 눈만 뜨면 일하러 나간다. 김훈 작가의 말마따나 밥벌이에는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또 아침이 되면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모두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잘 살기 위해 일하는 거니까.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은 없다./법무법인 더보상 김수현 노무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매일안전신문] 운이 좋게도 작년부터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극 중 주인공 ‘신이랑’ 변호사(유연석 분)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망자의 영혼과 소통하며 그들의 맺힌 한(恨)을 법정에서 통쾌하게 풀어낸다. 비록 현실의 변호사 사무실에 귀신이 찾아오는 기적과 같은 무서운 일은 없지만, 죽은 자의 억울함을 대변한다는 극의 설정이 현실 속 산업재해 변호사의 숙명과 얼마나 깊이 맞닿아 있는지 대본을 마주할 때마다 새삼 실감하곤 하였다. 남겨진 유족들이 흘리는 눈물과 수백 장의 기록 속에서, 우리는 매일 같이 목숨을 잃은 망자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현실의 일터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예고 없이 찾아와 남겨진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비극은 바로 ‘과로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즉 ‘과로사’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문제는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과정이 오롯이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산업재해 소송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보험급여에 관하여 다투는 소송이므로 사측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관련 기록을 제공해주지 아니하거나, 설사 제공해주더라도 누락되거나 축소하여 제공해주는 것이 태반이다. 설상가상으로 망인에게 고혈압이나 당뇨 등 약간의 기저질환 이력이 있다면,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문제로 삼아 망인의 사망을 오로지 개인의 지병 탓이라고 항변한다.하지만 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변호사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듯, 현실의 산업재해 변호사 역시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수천장이 넘는 카카오톡 기록을 분석하고, 편의점 영수증, 톨게이트 결제 내역 등 파편화된 증거들을 모으고, 동료들의 조심스러운 증언 등을 하나하나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망자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압박감과 피로를 복원해 낸다.여전히 뇌출혈, 뇌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에게 비만, 고혈압 전단계, 이상지혈증 등의 소견이 확인되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수행상의 요인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이처럼 오로지 개인의 지병만으로 사망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며,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가혹한 업무 환경이 발병의 방아쇠가 되었다면 마땅히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현실의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신이랑 같이 망자와 이야기해 보고 싶은 경우가 참 많다. 과거 L 베이글 회사 관련 유가족 대리인을 맡았을 때에도 직접 망자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말이 없는 망자를 대신하여 흩어진 진실의 조각들을 맞추는 과정은 늘 무겁기만 하다.앞으로도 현실의 법정에 귀신이 찾아오는 기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들의 마르지 않는 한, 나와 같은 산업재해 변호사들은 수천 장의 기록 속에 숨겨진 망자의 다급한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일 것이다. 드라마 속 신이랑 변호사가 그러하듯, 현실의 변호사들 역시 억울하게 쓰러진 이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끝까지 찾아내어 세상과 법정에 전할 것이다./법무법인 더보상 공도원 변호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실손의료비보험(이하 실손보험)은 흔히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아플 때 내가 낸 병원비의 대부분(상품에 따라 70~90%)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국민 대다수가 이 보험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재해자가 가장 절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실손보험은 약관의 뒤편으로 숨어버리곤 한다.최근 상담을 진행한 한 산재 환자의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생 분진 속에서 땀 흘려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은 그분은 1년여의 사투 끝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산재)’을 인정받았다. 국가로부터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보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지급했던 실손 보험금 중 상당 부분을 ‘뱉어내라’는 통보였다. 돌려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올 보험금에서 차감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더해졌다.보험사의 논리는 차가웠다.“약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의 40%만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귀하는 산재 승인을 받아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니, 더 이상 건강보험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존에 나간 90% 보상은 과다 지급이며, 40%만 남기고 환수하는 게 맞습니다.”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보험사의 가혹한 잣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반박하고자 한다.첫째, 소급 적용의 논리적 모순이다. 산재 승인 전까지 해당 환자는 엄연히 국민건강보험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료를 받았고, 건강보험공단 역시 적법하게 급여를 지급했다. 추후 공단 간의 구상 절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진단 당시 환자가 건강보험 자격자로서 진료 받았던 사실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이미 적법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산재 승인이라는 후행적 사건을 빌미로 소급하여 깎겠다는 것은 보험사의 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둘째, 약관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해석이다. 해당 약관의 진정한 목적은 건강보험 미가입자나 고의적 보험료 체납자 등 '사회보장 체계 밖에 있는 자'를 경계하기 위함이지, 산재라는 국가적 보호망 안에 있는 재해자를 징벌하기 위함이 아니다. 실제로 “산재 처리가 이루어진 경우까지 건강보험 미적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례 또한 존재한다. 특히 산재 보험에서도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치료비’는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영역인데, 이마저도 40%로 삭감하는 것은 실손보험의 존재 이유인 ‘실질적 피해 회복’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물론 보험사 측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법의 해석이 산재 피해자의 눈물보다 차가워서는 안 된다. 불의의 업무상 재해로 육체적·경제적 고통을 겪는 재해자에게, 단지 산재로 인정되었다는 이유로 보장 범위를 반토막 내는 처사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가혹한 관행이다.실손보험이 진정 ‘국민 보험’으로서 그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약관 문구 뒤에 숨어 재해자의 고충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상호보완적 취지를 존중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법무법인 더보상 고정석 손해사정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업무상 재해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 사건이 과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가”이다. 의뢰인뿐만 아니라 사업주 등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막연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는 단순한 상식이나 직관이 아니라, 법령과 판례가 축적한 판단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이 인과관계 판단이 업무상 재해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무기인성과 업무수행성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판단의 출발점은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다. 업무수행성이란 재해가 근로자의 업무 수행 과정 또는 그에 수반되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였는지를 의미한다. 업무와 그 부수 행위, 생리적 행위, 준비 · 뒷정리, 휴식 시간 중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행위, 출장 · 운송 등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이후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어 실무상 매우 중요하다. 업무기인성은 해당 재해가 업무로 인해 발생하거나 업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단순히 근무시간 중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업무의 내용 · 환경 · 강도 ·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 사고(사고성 재해)의 판단기준 업무상 재해는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추락, 충돌, 협착 등 명확한 사고로 인한 부상은 비교적 판단이 용이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사적인 행위’와 ‘업무 관련 행위’의 경계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중 음주 행위, 회사 설비의 임의사용, 사용자의 지시 없는 임의 근무, 동료 근로자의 개인 업무를 돕는 행위 등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문제 될 수 있다. 판례는 “사용자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근로자의 일부 과실이나 부주의가 개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유지된다면 산재 인정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는 민사상 과실상계와는 구별되는 산업재해보험제도의 특성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 구조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보다 훨씬 복잡한 판단 과정을 거친다. 대표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정신질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무상 질병 판단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무 형태를 구체적으로 확정한다. 둘째, 해당 질병의 의학적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셋째, 업무 요인이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평가한다. 특히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발병 직전의 과로, 장시간 근무, 야간 근무, 스트레스 요인이 중점적으로 검토된다. 단기간의 급격한 업무 부담, 업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과로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가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하다가 질병에 걸린 경우, 재해자는 현재 근무 중인 직장에서의 근무만을 기준으로 판단 받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해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기존 질병과 업무상 재해의 관계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부분이 ‘기존의 개인 질병’이다. 고혈압, 당뇨, 디스크 등 기왕증이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가 전적으로 부정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례는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업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발병이 촉진되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업무가 ‘유일한 원인’일 필요는 없고, ‘상당한 기여’만 인정되면 충분하다. 이 기준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립되어 왔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변호사라면 유의해야 할 실무 포인트 업무상 재해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초기 상담 단계에서 업무 내용과 근무 형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업무 내용과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증거들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의학적 소견과 법적 논리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셋째, 업무상 재해 승인 이후 민사상 손해배상과의 병행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넷째, 업무상 재해 불승인 시 행정심판 · 행정소송까지의 대응 전략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 재해 사건은 단순한 공적 보험 분쟁이 아니라, 노동 · 행정 · 민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영역이다.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는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동시에 기업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변호사가 이 영역에 대한 기본 구조와 판단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보다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더보상 유정은 변호사
2025년 산재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과로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로 상한제 예외 적용’과 관련하여 매우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여러 플랫폼 기업들의 야간배송과 관련한 논쟁이 현재진행형인 와중에, 최근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사장은 “야간 근무가 주간 근무보다 힘들다고 하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하기도 했다.그러나 대한민국의 법은 이미 야간근무가 상당한 업무상 부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여 이를 과로의 요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는 주야간 ‘교대제 업무’를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업무상 시간을 계산할 때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하여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야간근무의 업무상 부담이 주간근무의 1.3배라고 추정하는 것이다.우리나라가 과로사를 웬만하면 잘 인정해주려고,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야간근무의 부담을 크게 쳐주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상 부담을 산출하는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의 여러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국내 연구진은 2024년 12월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고정 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나쁜 수면의 질, 만성적인 일주기 리듬의 불일치 등으로 인하여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고하였으며(Cho et al., 2025), 대만 푸런대학의 연구진은 ‘과로 지수’(Karo Index)를 개발하면서 ‘야간근무’를 주간근무보다 더 높은 직업적 위험 요소의 축으로 보았다(Lin&Lin, 2022).아시아 뿐만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1990년 야간노동협약(Convention No.171)은 야간노동에 대해 단순히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야간노동이 근로자가 원하거나 근로자에게 부적합하다고 평가된다면 작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동시에 야간노동권고(R178)는 가능한 야간근로의 필요성을 줄여야한다고 하고, ‘괜찮은 노동 시간(Decent Working Time, 2007)’ 보고서에서는 장시간·불규칙·야간 노동을 ‘반사회적 노동시간’(unsocial working time)으로 정의함으로써, 야간노동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하며 권장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노동의 형태라는 점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야간근무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 증가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것이다.누군가는 야간노동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야간근무를 하는 당사자들 역시도 그러한 일자리가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강변할 수 있다. 애초에 모두가 안전한 일자리, 소위 ‘좋은 일자리’(decent work)에만 종사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노동이 필수적으로 초래하는 위험을 함께 감당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국가는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수반하는 환경에 놓여있다면 이를 감독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 중 하나는 야간노동이 건강에,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뇌와 심장에 유해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를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보호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것이어야 한다./법무법인 더보상 이재원 변호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얼마 전 룰루 밀러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당연한 원칙을 부정하는 듯한 도발적인 제목은 책장을 펴게 만들었고, 소설 같지만 소설 같지 않은 내용은 단숨에 책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끌었다.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어류를 분류하기 위하여 평생 헌신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결국 어류에 대한 분류가 생물학적으로 잘못되었으나 허상을 버리지 못하고 어류라는 범주에만 몰입하여 연구하여 범주화 시키다가 결국에는 우생학의 길로 빠져버린 학자를 비판하면서 저자의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이다. 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어류 중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다수가 포유류에 가깝기 때문에 포유류와 어류를 크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에세이는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평생 옳다고 믿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면에는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혼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며칠 전 기사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산업재해 사망자가 457명으로 작년보다 14명 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산업재해 숫자를 줄이려고 하는데 왜 현실은 다를까 생각해보게 한다.과연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빈도수를 줄이는 것만이 지상과제일까?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재해 중에서 산업재해만 줄인다고 해서 좋은 사회가 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단순히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산업재해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게 분화되어 있어, 산업재해의 양태도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늘어나고 있다. 노무제공자까지 산재의 범위를 확장한다든지, 출퇴근재해에 대한 산재를 인정한다든지가 한 예이다.이렇게 보면 현재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산재건수를 줄이라고 하면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꽤나 모순적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산업재해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산업재해는 줄여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산재 건수 관리목표를 세워 산재를 승인하지 않거나 은폐할 수도 있는 것이다.생물학적으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산업재해라는 것은 단순히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심지어 승인건수가 줄어든다고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산업재해 소송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히 입증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는 것을 볼 때 입증은 더욱 힘들어지는 한편 사업주가 입증을 위해서 도와줄리 만무하고 오히려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서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도 할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및 산업안전에 대한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지 단순히 건수에 대한 페널티만 늘리는 것이 전가의 보도는 아닐 것이다.특히나 10년동안 산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노무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선 노무사 제도도 의심스럽다. 과연 수임료 때문에 노무사를 쓰지 않아서 불승인이 많을지 입증이 안된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불승인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입장 때문에 산재로 처리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정부의 입장에 따라 교조적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사망 건수관리보다는, 산업재해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입증책임을 완화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법무법인 더보상 김선명 노무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