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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산재 당한 것도 서러운데, 실손보험금은 왜 40%만 나오나요?

2026-03-18

실손의료비보험(이하 실손보험)은 흔히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아플 때 내가 낸 병원비의 대부분(상품에 따라 70~90%)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국민 대다수가 이 보험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재해자가 가장 절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실손보험은 약관의 뒤편으로 숨어버리곤 한다.

최근 상담을 진행한 한 산재 환자의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생 분진 속에서 땀 흘려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은 그분은 1년여의 사투 끝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산재)’을 인정받았다. 국가로부터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보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지급했던 실손 보험금 중 상당 부분을 ‘뱉어내라’는 통보였다. 돌려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올 보험금에서 차감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더해졌다.
보험사의 논리는 차가웠다.

“약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의 40%만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귀하는 산재 승인을 받아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니, 더 이상 건강보험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존에 나간 90% 보상은 과다 지급이며, 40%만 남기고 환수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보험사의 가혹한 잣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 소급 적용의 논리적 모순이다. 산재 승인 전까지 해당 환자는 엄연히 국민건강보험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료를 받았고, 건강보험공단 역시 적법하게 급여를 지급했다. 추후 공단 간의 구상 절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진단 당시 환자가 건강보험 자격자로서 진료 받았던 사실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이미 적법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산재 승인이라는 후행적 사건을 빌미로 소급하여 깎겠다는 것은 보험사의 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둘째, 약관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해석이다. 해당 약관의 진정한 목적은 건강보험 미가입자나 고의적 보험료 체납자 등 '사회보장 체계 밖에 있는 자'를 경계하기 위함이지, 산재라는 국가적 보호망 안에 있는 재해자를 징벌하기 위함이 아니다. 실제로 “산재 처리가 이루어진 경우까지 건강보험 미적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례 또한 존재한다. 특히 산재 보험에서도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치료비’는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영역인데, 이마저도 40%로 삭감하는 것은 실손보험의 존재 이유인 ‘실질적 피해 회복’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물론 보험사 측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법의 해석이 산재 피해자의 눈물보다 차가워서는 안 된다. 불의의 업무상 재해로 육체적·경제적 고통을 겪는 재해자에게, 단지 산재로 인정되었다는 이유로 보장 범위를 반토막 내는 처사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가혹한 관행이다.

실손보험이 진정 ‘국민 보험’으로서 그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약관 문구 뒤에 숨어 재해자의 고충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상호보완적 취지를 존중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더보상 고정석 손해사정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