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주목한 법무법인 더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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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비보험(이하 실손보험)은 흔히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아플 때 내가 낸 병원비의 대부분(상품에 따라 70~90%)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국민 대다수가 이 보험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재해자가 가장 절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실손보험은 약관의 뒤편으로 숨어버리곤 한다.최근 상담을 진행한 한 산재 환자의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생 분진 속에서 땀 흘려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은 그분은 1년여의 사투 끝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산재)’을 인정받았다. 국가로부터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보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지급했던 실손 보험금 중 상당 부분을 ‘뱉어내라’는 통보였다. 돌려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올 보험금에서 차감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더해졌다.보험사의 논리는 차가웠다.“약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의 40%만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귀하는 산재 승인을 받아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니, 더 이상 건강보험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존에 나간 90% 보상은 과다 지급이며, 40%만 남기고 환수하는 게 맞습니다.”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보험사의 가혹한 잣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반박하고자 한다.첫째, 소급 적용의 논리적 모순이다. 산재 승인 전까지 해당 환자는 엄연히 국민건강보험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료를 받았고, 건강보험공단 역시 적법하게 급여를 지급했다. 추후 공단 간의 구상 절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진단 당시 환자가 건강보험 자격자로서 진료 받았던 사실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이미 적법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산재 승인이라는 후행적 사건을 빌미로 소급하여 깎겠다는 것은 보험사의 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둘째, 약관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해석이다. 해당 약관의 진정한 목적은 건강보험 미가입자나 고의적 보험료 체납자 등 '사회보장 체계 밖에 있는 자'를 경계하기 위함이지, 산재라는 국가적 보호망 안에 있는 재해자를 징벌하기 위함이 아니다. 실제로 “산재 처리가 이루어진 경우까지 건강보험 미적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례 또한 존재한다. 특히 산재 보험에서도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치료비’는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영역인데, 이마저도 40%로 삭감하는 것은 실손보험의 존재 이유인 ‘실질적 피해 회복’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물론 보험사 측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법의 해석이 산재 피해자의 눈물보다 차가워서는 안 된다. 불의의 업무상 재해로 육체적·경제적 고통을 겪는 재해자에게, 단지 산재로 인정되었다는 이유로 보장 범위를 반토막 내는 처사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가혹한 관행이다.실손보험이 진정 ‘국민 보험’으로서 그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약관 문구 뒤에 숨어 재해자의 고충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상호보완적 취지를 존중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법무법인 더보상 고정석 손해사정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업무상 재해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 사건이 과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가”이다. 의뢰인뿐만 아니라 사업주 등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막연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는 단순한 상식이나 직관이 아니라, 법령과 판례가 축적한 판단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이 인과관계 판단이 업무상 재해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무기인성과 업무수행성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판단의 출발점은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다. 업무수행성이란 재해가 근로자의 업무 수행 과정 또는 그에 수반되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였는지를 의미한다. 업무와 그 부수 행위, 생리적 행위, 준비 · 뒷정리, 휴식 시간 중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행위, 출장 · 운송 등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이후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어 실무상 매우 중요하다. 업무기인성은 해당 재해가 업무로 인해 발생하거나 업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단순히 근무시간 중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업무의 내용 · 환경 · 강도 ·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 사고(사고성 재해)의 판단기준 업무상 재해는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추락, 충돌, 협착 등 명확한 사고로 인한 부상은 비교적 판단이 용이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사적인 행위’와 ‘업무 관련 행위’의 경계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중 음주 행위, 회사 설비의 임의사용, 사용자의 지시 없는 임의 근무, 동료 근로자의 개인 업무를 돕는 행위 등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문제 될 수 있다. 판례는 “사용자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근로자의 일부 과실이나 부주의가 개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유지된다면 산재 인정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는 민사상 과실상계와는 구별되는 산업재해보험제도의 특성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 구조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보다 훨씬 복잡한 판단 과정을 거친다. 대표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정신질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무상 질병 판단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무 형태를 구체적으로 확정한다. 둘째, 해당 질병의 의학적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셋째, 업무 요인이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평가한다. 특히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발병 직전의 과로, 장시간 근무, 야간 근무, 스트레스 요인이 중점적으로 검토된다. 단기간의 급격한 업무 부담, 업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과로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가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하다가 질병에 걸린 경우, 재해자는 현재 근무 중인 직장에서의 근무만을 기준으로 판단 받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해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기존 질병과 업무상 재해의 관계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부분이 ‘기존의 개인 질병’이다. 고혈압, 당뇨, 디스크 등 기왕증이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가 전적으로 부정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례는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업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발병이 촉진되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업무가 ‘유일한 원인’일 필요는 없고, ‘상당한 기여’만 인정되면 충분하다. 이 기준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립되어 왔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변호사라면 유의해야 할 실무 포인트 업무상 재해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초기 상담 단계에서 업무 내용과 근무 형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업무 내용과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증거들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의학적 소견과 법적 논리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셋째, 업무상 재해 승인 이후 민사상 손해배상과의 병행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넷째, 업무상 재해 불승인 시 행정심판 · 행정소송까지의 대응 전략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 재해 사건은 단순한 공적 보험 분쟁이 아니라, 노동 · 행정 · 민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영역이다.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는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동시에 기업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변호사가 이 영역에 대한 기본 구조와 판단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보다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더보상 유정은 변호사
2025년 산재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과로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로 상한제 예외 적용’과 관련하여 매우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여러 플랫폼 기업들의 야간배송과 관련한 논쟁이 현재진행형인 와중에, 최근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사장은 “야간 근무가 주간 근무보다 힘들다고 하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하기도 했다.그러나 대한민국의 법은 이미 야간근무가 상당한 업무상 부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여 이를 과로의 요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는 주야간 ‘교대제 업무’를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업무상 시간을 계산할 때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하여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야간근무의 업무상 부담이 주간근무의 1.3배라고 추정하는 것이다.우리나라가 과로사를 웬만하면 잘 인정해주려고,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야간근무의 부담을 크게 쳐주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상 부담을 산출하는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의 여러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국내 연구진은 2024년 12월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고정 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나쁜 수면의 질, 만성적인 일주기 리듬의 불일치 등으로 인하여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고하였으며(Cho et al., 2025), 대만 푸런대학의 연구진은 ‘과로 지수’(Karo Index)를 개발하면서 ‘야간근무’를 주간근무보다 더 높은 직업적 위험 요소의 축으로 보았다(Lin&Lin, 2022).아시아 뿐만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1990년 야간노동협약(Convention No.171)은 야간노동에 대해 단순히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야간노동이 근로자가 원하거나 근로자에게 부적합하다고 평가된다면 작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동시에 야간노동권고(R178)는 가능한 야간근로의 필요성을 줄여야한다고 하고, ‘괜찮은 노동 시간(Decent Working Time, 2007)’ 보고서에서는 장시간·불규칙·야간 노동을 ‘반사회적 노동시간’(unsocial working time)으로 정의함으로써, 야간노동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하며 권장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노동의 형태라는 점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야간근무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 증가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것이다.누군가는 야간노동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야간근무를 하는 당사자들 역시도 그러한 일자리가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강변할 수 있다. 애초에 모두가 안전한 일자리, 소위 ‘좋은 일자리’(decent work)에만 종사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노동이 필수적으로 초래하는 위험을 함께 감당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국가는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수반하는 환경에 놓여있다면 이를 감독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 중 하나는 야간노동이 건강에,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뇌와 심장에 유해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를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보호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것이어야 한다./법무법인 더보상 이재원 변호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얼마 전 룰루 밀러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당연한 원칙을 부정하는 듯한 도발적인 제목은 책장을 펴게 만들었고, 소설 같지만 소설 같지 않은 내용은 단숨에 책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끌었다.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어류를 분류하기 위하여 평생 헌신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결국 어류에 대한 분류가 생물학적으로 잘못되었으나 허상을 버리지 못하고 어류라는 범주에만 몰입하여 연구하여 범주화 시키다가 결국에는 우생학의 길로 빠져버린 학자를 비판하면서 저자의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이다. 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어류 중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다수가 포유류에 가깝기 때문에 포유류와 어류를 크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에세이는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평생 옳다고 믿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면에는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혼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며칠 전 기사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산업재해 사망자가 457명으로 작년보다 14명 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산업재해 숫자를 줄이려고 하는데 왜 현실은 다를까 생각해보게 한다.과연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빈도수를 줄이는 것만이 지상과제일까?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재해 중에서 산업재해만 줄인다고 해서 좋은 사회가 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단순히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산업재해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게 분화되어 있어, 산업재해의 양태도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늘어나고 있다. 노무제공자까지 산재의 범위를 확장한다든지, 출퇴근재해에 대한 산재를 인정한다든지가 한 예이다.이렇게 보면 현재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산재건수를 줄이라고 하면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꽤나 모순적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산업재해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산업재해는 줄여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산재 건수 관리목표를 세워 산재를 승인하지 않거나 은폐할 수도 있는 것이다.생물학적으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산업재해라는 것은 단순히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심지어 승인건수가 줄어든다고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산업재해 소송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히 입증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는 것을 볼 때 입증은 더욱 힘들어지는 한편 사업주가 입증을 위해서 도와줄리 만무하고 오히려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서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도 할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및 산업안전에 대한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지 단순히 건수에 대한 페널티만 늘리는 것이 전가의 보도는 아닐 것이다.특히나 10년동안 산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노무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선 노무사 제도도 의심스럽다. 과연 수임료 때문에 노무사를 쓰지 않아서 불승인이 많을지 입증이 안된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불승인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입장 때문에 산재로 처리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정부의 입장에 따라 교조적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사망 건수관리보다는, 산업재해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입증책임을 완화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법무법인 더보상 김선명 노무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12월이 되었다. 바야흐로 건강검진의 계절이다. 어쩐지 긴장하게 되는 각종 검사를 마치고 나면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할 차례이다.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음주는 얼마나 하는지, 복용 중인 약물은 무엇인지, 그리고 흡연력에 관한 문항에 대해 답을 적어야 한다. 흡연력이 건강검진 문진에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당연히 흡연이 건강에 나쁘기 때문이다.흡연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이제 전국민의 상식에 가까운데, 그렇다보니 업무상 질병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재해자의 흡연력이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근로자에게 발생한 상병이 흡연과 관련이 있는 상병이라면 업무상 질병임이 부정되는 식이다. 그런데 흡연이 직접적 영향을 주는 폐질환뿐 아니라 뇌졸중, 심장질환, 심지어 난청까지도 흡연이 기여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존재하기에 흡연력은 거의 모든 상병에서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그나마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심사·재심사 단계에서는 흡연력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사건이 소송화되어 법원으로 넘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특히 폐암이나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처럼 흡연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의 경우 흡연력의 의미는 더 커진다. 물론 흡연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력과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당연히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흡연이 해당 상병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더라도, 업무상 유해물질 노출력이 흡연력과 겹쳐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면, 단순히 흡연력을 이유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두12642 판결 등)’고 보는 상당인과관계 법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이 경우 재해자의 구체적인 업무내용, 근무환경, 유해물질 노출 기간 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흡연력이 짧고 업무력이 길다면 분명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 예외는 존재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워낙 업무상 질병 사건 수가 많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에서 개별 사례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하여 처분하지 못해 억울함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결국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게 된다.업무상 질병 판단 과정에서 흡연력을 완전히 부정하기란 어렵다. 흡연력이 여러 상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의학적 사실이다. 그러나 바꾸어 말해, 흡연력이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흡연자는 얼마나 장기간 근무했는지, 어떤 작업 환경에 노출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원천적으로 산재 인정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된다. 이는 근로자의 건강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업무상 질병 판단은 흡연 여부 한 가지로 귀결될 수 없는 만큼, 개별 재해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유해요인 노출 실태를 중심으로 한 보다 실질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더보상 안혜진 변호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산업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업 자체에 고유한 위험성이 내재된 경우에는 매년 수차례 근로자들이 심각한 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근로복지공단에 의한 요양급여나 유족급여 등의 지급,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적용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산업재해 발생이 가시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이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4년에 이르게 되었다.중대재해처벌법상 “도급인”은 각 단계의 수급인에 대해서 근로자의 지위를 부담하고,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는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무주체가 법위반사실이 인정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다른 법률에서와는 달리 강력한 “형사처벌”의 범위가 “도급인”,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도 크게 확장된 점에서 중대재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취지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80%는 벌금 또는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 하고 있다. 나머지는 10%의 무죄판결과 10%의 실형판결이다.실형이 선고된 판결의 특징을 살펴보면 ① 이전에도 여러번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거나 ② 안전점검을 위탁받은 업체에서 사고 위험성을 수차례 지적받은 바 있었던 사안 ③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고, 근로자 사망사건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전력이 있었던 사안 ④ 반복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무죄가 선고된 판결의 특징은 ① 과거 50억 미만 사업장은 적용제외되어 무죄로 선고된 사안이거나 ② 현저하게 예견가능성이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웠던 사건이라는 점이다.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대부분은 사례는 벌금 또는 집행유예의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 법률 시행의 시기와 관련해서 유예의 의미가 암묵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위 판결들을 분류하면서 느껴지는 부분은 주의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명백히 의무위반이 있다고 보이는 사례와 명백히 의무위반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행유예”의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80% 정도의 비율이 집행유예라는 점은 해당 판결들이 지나치게 절충적, 타협적 산물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당 의무주체의 관점에서도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행한 경우에 비로소 법적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누적된 판결들로부터 기준점을 확인할 수 없고, 피해자 및 유족의 관점에서도 사람이 크게 다치고 사망에 이르렀음에도 “경고”를 주는 정도에 그친 판결로 느껴질 뿐이다.법률시행 초기에 어느정도 유예적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시행 3년이 도과된 시점 이후에는 어느 정도 법적용의 기준이 정리되어야 한다.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인해 과거 도급인,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 산업재해의 발생의 방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이미 해당 법률의 존재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률 시행 3년이 도과되었음에도 집행유예 판결이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해당 집행유예 판결 비중을 낮추고 판결들을 통해 해당 법률의 기준점이 지금보다는 분명해지는 판결들을 기대해 본다.법무법인 더보상 이형건 변호사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