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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 사건이 과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가”이다. 의뢰인뿐만 아니라 사업주 등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막연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는 단순한 상식이나 직관이 아니라, 법령과 판례가 축적한 판단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이 인과관계 판단이 업무상 재해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무기인성과 업무수행성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판단의 출발점은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다. 업무수행성이란 재해가 근로자의 업무 수행 과정 또는 그에 수반되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였는지를 의미한다. 업무와 그 부수 행위, 생리적 행위, 준비 · 뒷정리, 휴식 시간 중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행위, 출장 · 운송 등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이후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어 실무상 매우 중요하다. 업무기인성은 해당 재해가 업무로 인해 발생하거나 업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단순히 근무시간 중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업무의 내용 · 환경 · 강도 ·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 사고(사고성 재해)의 판단기준
업무상 재해는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추락, 충돌, 협착 등 명확한 사고로 인한 부상은 비교적 판단이 용이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사적인 행위’와 ‘업무 관련 행위’의 경계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중 음주 행위, 회사 설비의 임의사용, 사용자의 지시 없는 임의 근무, 동료 근로자의 개인 업무를 돕는 행위 등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문제 될 수 있다. 판례는 “사용자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근로자의 일부 과실이나 부주의가 개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유지된다면 산재 인정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는 민사상 과실상계와는 구별되는 산업재해보험제도의 특성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 구조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보다 훨씬 복잡한 판단 과정을 거친다. 대표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정신질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무상 질병 판단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무 형태를 구체적으로 확정한다. 둘째, 해당 질병의 의학적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셋째, 업무 요인이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평가한다.
특히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발병 직전의 과로, 장시간 근무, 야간 근무, 스트레스 요인이 중점적으로 검토된다. 단기간의 급격한 업무 부담, 업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과로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가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하다가 질병에 걸린 경우, 재해자는 현재 근무 중인 직장에서의 근무만을 기준으로 판단 받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해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기존 질병과 업무상 재해의 관계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부분이 ‘기존의 개인 질병’이다. 고혈압, 당뇨, 디스크 등 기왕증이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가 전적으로 부정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례는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업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발병이 촉진되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업무가 ‘유일한 원인’일 필요는 없고, ‘상당한 기여’만 인정되면 충분하다. 이 기준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립되어 왔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변호사라면 유의해야 할 실무 포인트
업무상 재해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초기 상담 단계에서 업무 내용과 근무 형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업무 내용과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증거들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의학적 소견과 법적 논리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셋째, 업무상 재해 승인 이후 민사상 손해배상과의 병행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넷째, 업무상 재해 불승인 시 행정심판 · 행정소송까지의 대응 전략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 재해 사건은 단순한 공적 보험 분쟁이 아니라, 노동 · 행정 · 민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영역이다.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는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동시에 기업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변호사가 이 영역에 대한 기본 구조와 판단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보다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더보상 유정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