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주목한 법무법인 더보상의
소식들을 전합니다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며 휴식이나 수면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경비원의 실명이 ‘과로로 인한 산재’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그간 뇌심혈관계 질환이 아니면 과로 산재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 관행에 다시금 제동을 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로 산재는 질병의 종류가 아닌 실질적 업무 환경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25일 판결문과 변호인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제4-1행정부(재판장 이승련)는 아파트 경비원 업무를 시작한 뒤 5개월 만에 ‘양측 시신경병증’을 진단받고 실명한 ㄱ씨에 대해 지난달 24일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린 근로복지공단에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ㄱ씨의 실명이 과로·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여서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1심 판결을 이어간 것이다.
ㄱ씨는 2017년 10월25일 아파트 경비원 업무를 시작한 뒤 2018년 3월20일 일을 하다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도 뿌옇게 보이는 증상을 겪었다. 이틀 뒤 시신경병증 진단을 받았고 결국 양쪽 눈이 실명됐다. 이듬해 ㄱ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ㄱ씨의 환경적 요인이나 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ㄱ씨 실명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ㄱ씨는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24시간 일하는 격일제 근무를 했고, 1주일 평균 59.5시간 일했다. 근무 중 수면 시간 5시간(밤 12시~새벽 5시)이 주어졌지만, 경비실 간이침대에서 전등을 켜놓고 잔데다, 택배나 민원 등으로 제대로 잠들기 어려웠다. 눈에 이상을 느낀 날에도 큰 눈이 내려 ㄱ씨는 새벽 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제설 작업을 했다.
재판부는 ㄱ씨의 근로 계약이 ‘주민들의 민원이 3회 이상 접수되어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를 계약 해지사유로 들고 있는 점도 스트레스와 과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ㄱ씨는 경비 일지에 반복적으로 ‘주민에게 친절하게 하고 불필요한 말(변명)을 하지 말자’ ‘주민을 설득하지 마라’ 등의 다짐을 적었다.
출처: 한겨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297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