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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흡연력을 이유로 한 업무상질병 불승인은 정당한가

2025-12-24

12월이 되었다. 바야흐로 건강검진의 계절이다. 어쩐지 긴장하게 되는 각종 검사를 마치고 나면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할 차례이다.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음주는 얼마나 하는지, 복용 중인 약물은 무엇인지, 그리고 흡연력에 관한 문항에 대해 답을 적어야 한다. 흡연력이 건강검진 문진에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당연히 흡연이 건강에 나쁘기 때문이다.

흡연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이제 전국민의 상식에 가까운데, 그렇다보니 업무상 질병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재해자의 흡연력이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근로자에게 발생한 상병이 흡연과 관련이 있는 상병이라면 업무상 질병임이 부정되는 식이다. 그런데 흡연이 직접적 영향을 주는 폐질환뿐 아니라 뇌졸중, 심장질환, 심지어 난청까지도 흡연이 기여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존재하기에 흡연력은 거의 모든 상병에서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그나마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심사·재심사 단계에서는 흡연력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사건이 소송화되어 법원으로 넘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폐암이나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처럼 흡연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의 경우 흡연력의 의미는 더 커진다. 물론 흡연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력과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당연히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흡연이 해당 상병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더라도, 업무상 유해물질 노출력이 흡연력과 겹쳐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면, 단순히 흡연력을 이유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두12642 판결 등)’고 보는 상당인과관계 법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재해자의 구체적인 업무내용, 근무환경, 유해물질 노출 기간 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흡연력이 짧고 업무력이 길다면 분명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 예외는 존재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워낙 업무상 질병 사건 수가 많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에서 개별 사례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하여 처분하지 못해 억울함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결국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게 된다.

업무상 질병 판단 과정에서 흡연력을 완전히 부정하기란 어렵다. 흡연력이 여러 상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의학적 사실이다. 그러나 바꾸어 말해, 흡연력이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흡연자는 얼마나 장기간 근무했는지, 어떤 작업 환경에 노출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원천적으로 산재 인정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된다. 이는 근로자의 건강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업무상 질병 판단은 흡연 여부 한 가지로 귀결될 수 없는 만큼, 개별 재해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유해요인 노출 실태를 중심으로 한 보다 실질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 법무법인 더보상 안혜진 변호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